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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을 닮은 꽃, 해당화
해당화(海棠花, 영어: Rosa rubiginosa 또는 eglantine)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관목으로, 주로 한국 해안가의 모래땅이나 산기슭에서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높이는 1~1.5m 정도로 크지 않지만,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갈라져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특징을 보입니다.
줄기와 가지에는 예리한 가시와 부드러운 털이 많아 바닷바람에도 꿋꿋이 견디며, 여름철이면 짙은 분홍빛 혹은 붉은빛의 꽃이 피어 강한 향기를 풍깁니다. 꽃은 5~7월 사이에 만개하고, 8월 무렵에는 작은 주홍색 열매를 맺습니다. 이 열매는 새들에게 중요한 먹이가 되고, 사람들에게도 약재로 쓰이는 등 생태적, 문화적 가치가 모두 높은 식물입니다.
해당화는 바닷가의 척박하고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가뭄에도 강해 관리가 비교적 쉬우며, 햇빛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고 배수가 원활한 토양에서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전국 어디서든 월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원수나 관상용으로도 사랑받고 있으며, 그 아름다운 꽃과 향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는 당뇨병, 치통, 관절염에 사용되었으며, 꽃은 진통, 지혈, 향수의 원료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이처럼 해당화는 관상용을 넘어 생활 속에서 다방면으로 쓰이며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 온 식물입니다.
해당화의 꽃말은 ‘원망’과 ‘온화’라는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망’은 주로 해당화가 외로운 해변가에서 홀로 피어 있는 모습에서 유래했습니다. 바다를 향해 애틋하게 서 있는 듯한 해당화는 마치 먼 바다 너머 떠나간 이를 기다리며 서 있는 여인의 모습과도 같아, 임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애절함과 이별의 슬픔을 상징합니다. 한국 문학과 민속에서는 이 모습이 자주 노래와 시의 소재가 되어, 해당화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애절한 그리움과 원망의 감정을 일깨워 왔습니다. 반면 ‘온화’는 해당화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이른 여름 아침, 이슬을 머금고 조용히 피어 있는 꽃송이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며, 해풍에도 꿋꿋이 피어난 해당화는 평온하고 순수한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것은 해당화가 지닌 환경적 특성과 인간의 심상이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과 예술 속에서 해당화는 늘 그리움과 기다림의 꽃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닷가 시인들이 노래한 해당화는 거친 바람 속에서도 고개를 들고 피어나는 강인함과, 그 속에 숨겨진 애절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민속적으로도 해변에 피어난 해당화는 바다를 떠나간 이들을 기다리는 상징으로 자리 잡아, 한국의 여름 풍경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한편 서양에서도 eglantine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사랑과 순수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셰익스피어의 시와 노래에도 등장합니다.
해당화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을 넘어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물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라 꽃을 피워내는 모습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강한 의지를 떠올리게 하고, 애절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자태는 사랑과 그리움의 깊이를 일깨워 줍니다. 그래서 해당화는 한편으로는 원망, 한편으로는 온화라는 서로 다른 의미를 꽃말에 함께 담고, 그 모습 그대로 오늘도 해풍에 흔들리며 여름의 바닷가를 물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