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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여왕, 장미가 가진 이야기
장미(薔薇, 영어: Rose)는 장미과(Rosaceae) 장미속에 속하는 관목으로, 인류가 가장 사랑해온 꽃 중 하나입니다. 북반구의 온대와 한대 지역에 걸쳐 분포하며, 오늘날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장미는 야생종 사이의 잡종 또는 개량종입니다.
본래 향료와 약용으로 재배되었으나, 10세기 무렵부터 관상용으로 본격 개량되어 현재는 전 세계에 2만 5천 종 이상의 품종이 존재하며, 매년 수백 종의 새로운 장미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찔레꽃, 해당화 등이 자생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양 장미는 19세기 후반부터 도입되어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장미의 형태적 특징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줄기에는 예리한 가시가 나 있어 천적과의 접촉을 방지하며, 잎은 어긋나고 홀수 깃꼴겹잎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꽃은 보통 줄기 끝에 한 송이 혹은 여러 송이가 함께 피고, 자연종은 5장의 꽃잎을 가지지만 개량종은 수십 장에 이르는 겹꽃, 반겹꽃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색상은 빨강, 하양, 분홍, 노랑, 파랑까지 폭넓으며, 향기는 강렬하고 깊어 고대부터 향수와 오일 추출에 사용되었습니다.
장미는 역사적으로도 인류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기원전 3000년경, 중동에서 다마스크 장미가 관상용으로 재배된 기록이 있으며, 로마 시대에는 귀족들이 장미 꽃잎을 와인에 띄우거나 향수와 약재로 사용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장미가 기독교적 상징으로 자리 잡아 흰 장미는 성모 마리아의 순수함, 붉은 장미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장미전쟁’은 요크 가문의 흰 장미와 랭커스터 가문의 붉은 장미가 각각 가문의 상징으로 쓰인 역사적 사건으로, 장미가 정치적 상징으로도 활용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장미의 꽃말은 색상과 송이 수에 따라 변화합니다. 빨간 장미는 열정적 사랑과 기쁨을, 흰 장미는 순수와 존경을, 분홍 장미는 행복한 사랑과 맹세를, 노란 장미는 질투나 사랑의 감소를, 파란 장미는 불가능한 것을 상징합니다. 송이 수로도 의미가 달라져 1송이는 ‘당신은 내 전부’, 3송이는 ‘I LOVE YOU’, 44송이는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100송이는 ‘영원한 사랑’을 뜻합니다. 이처럼 장미는 언어 대신 감정을 전하는 매개체로서도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예술과 신화에서도 장미는 빠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거품 속에서 태어날 때 장미가 함께 피어났다는 전설이 있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사랑의 상징으로 장미가 등장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 수많은 화가들이 장미를 작품에 담았으며, 현대에도 장미는 가장 인기 있는 꽃 그림 소재로 자리합니다. 풍수지리에서는 장미가 좋은 기운을 불러들인다고 하여 정원이나 입구에 심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미는 관상용 외에도 향수, 식용, 약용 등으로 활용되며, 특히 장미유는 화장품과 방향제로 널리 사용됩니다.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장미 뿌리가 담배 파이프의 고급 재료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장미는 여전히 결혼식, 기념일, 축제 등 중요한 순간마다 빠지지 않는 꽃으로, 단순한 식물이 아닌 사랑과 아름다움, 권력과 희생, 삶의 깊은 감정을 담은 문화적 상징으로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