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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는 이른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한국의 꽃으로, 잎이 나기 전 밝은 노란 꽃이 가장 먼저 피어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식물입니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으로서 한반도에 자생하는 특산종입니다. 영어권에서는 'forsythia' 또는 'Korean goldenbell tree'로 불리며, 최근에는 한글 발음을 그대로 옮긴 'Gaenari'라는 표현도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약용 명칭으로 '연교(連翹)'라 부르기도 합니다.
개나리는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으며, 울타리나 공원, 시골길, 마을 담벼락 등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입니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특히 생장이 좋으며, 병해충에도 강한 편이라 조경용으로도 많이 활용됩니다. 번식은 삽목을 통해 손쉽게 가능해 정원이나 공공장소에 심기 좋은 식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줄기는 여러 대가 뭉쳐 나와 길게 늘어지고, 속은 비어 있으며 흰색의 골속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잎은 마주나며 길고 좁은 타원형 또는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거나 밋밋한 경우도 있습니다. 앞면은 윤기가 있고 뒷면은 흰빛을 띠는데, 이 뒷면의 표현에서 ‘흰빛을 띱니다’라는 표현이 종종 보이나, 이는 ‘띕니다’로 표기하는 것이 올바릅니다.
꽃은 암수딴그루이고, 이른 봄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잎보다 먼저 핍니다. 꽃은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1~3개씩 노랗게 피어나며, 지역에 따라 기온에 따라 조금씩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늦춰지기도 합니다. 열매는 가을이 되어 갈색으로 익으며 달걀 모양에 끝이 뾰족합니다.
개나리는 단순한 관상용 식물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약용적 의미도 함께 지닌 식물입니다. 꽃말은 희망, 기대, 깊은 정, 달성, 사랑, 순결 등 다양하며, 이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개나리의 성질에서 비롯된 상징성입니다. 봄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피워내는 꽃,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란빛을 보며 마음까지 따뜻해진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개나리와 관련된 전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한 가난한 오막살이 집에 살던 어머니와 어린 자녀들이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아궁이 앞에서 서로 껴안은 채 잠들었고, 그 자리에 노란 꽃이 피었다는 슬프면서도 따뜻한 전설이 전해집니다. 그 꽃이 바로 개나리꽃이었고, 사람들은 그 꽃에서 가족애와 희생, 사랑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한 황금빛 꽃잎은 과거 황제를 상징하는 색으로, 개나리가 부와 풍요, 권위를 나타낸다는 해석도 더해지며 상징성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개나리의 열매는 한방에서 '연교'라 하여 예로부터 약재로 쓰였습니다. 주로 소염, 해독, 배농 작용에 사용되며, 열매껍질 추출물이 항균 작용을 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매가 자주 맺히는 식물은 아니기 때문에, 의약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경상북도 의성 지역의 '의성 개나리'와 같이 특정 지역에서 자란 열매를 선호해왔습니다. 민간에서는 개나리꽃을 소주에 담가 '개나리주'로, 열매는 '연교주'로 활용하기도 하며, 미용이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도 전해집니다.
‘개나리’라는 이름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나리꽃과 닮았지만 나리는 아니다'라는 의미에서 ‘개(假)’자를 붙였다고도 하며, 참나리와 구분 짓기 위해 쓰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개나리는 우리 민족의 자연과 감정 속에 오랜 세월 함께해온 친근한 식물입니다. 그 밝은 노란 꽃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만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깃든 봄을 깨우는 전령사이기도 합니다.